2025년 HR 트렌드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가고 2025년 을사년, 시작과 발전을 의미하는 푸른 뱀의 해가 왔다. 2025년은 2024년보다 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HR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AI의 급부상으로 구성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25년 HR의 역할 변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전망해 본다.
엔데믹 이후 국지전, 사회 불안, 인플레이션, 양극화, 고령화, 기후변화 등 전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기업의 경영 환경이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일과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이 계속 변하고 있다.
오늘날 구성원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웰빙을, 미래의 안정된 삶보다는 지금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조직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와 함께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HR 컨설팅회사인 머서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경영자의 50%는 AI가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하며 대부분의 경영자는 두 자릿수의 생산성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HR 담당 임원 중 65%는 현재의 업무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3명 중 1명은 일의 개념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 구성원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0년간의 HR 트렌드를 간략히 살펴보자. 저성장 시대로 돌입하면서 기업의 경영 철학 패러다임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성과보다는 직원 웰빙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직원경험을 강조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사회가 발전하면서 기업은 조직 내 소수자의 권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다양성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또 2019년 말 발생한 팬데믹의 영향으로 재택·원격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확산했다. 여기에 HR의 디지털화 이슈가 2014년경부터 꾸준히 제기돼 데이터 기반 HR, 피플 애널리틱스 도입 등이 논의되다 최근에는 AI 도입으로 절정을 맞고 있다.
2025년 글로벌 HR 트렌드
1-기술(Technology) : AI 확산
HR은 AI의 영향력을 더 많이 받게 될 전망이다. 즉 기술 혁신과 AI의 발전으로 HR 분야의 자동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및 피플 애널리틱스가 확산될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이 채용 및 선발, 인재 육성 및 개발, 평가 및 보상 설계 등 HR 전반에 걸쳐 확대 적용될 것이다. 기존의 감에 의존한 의사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더 나은 통찰력과 업무 효율성 그리고 조직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생성형 AI 같은 새로운 솔루션은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의사결정을 개선하며 직원 경험을 높이는 방식으로 HR 운영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피플 애널리틱스가 데이터 기반의 인재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아 성과 분석, 경력 경로 설계, 이직률 예측 등 활용 범위와 깊이가 확장될 것이다.
2-운영 제도(Operating System) : 스킬 기반 HR
HR은 기존의 직무와 역할 등 역량(Com-petency) 중심에서 스킬(Skill) 기반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스킬 기반 채용의 확산으로 전통적인 자격 요건보다는 실제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인재 풀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는 직원이 기존에 사용하던 스킬의 수준을 높이는 업스킬링(Upskilling)과 기존과 다른 새로운 스킬을 학습하는 리스킬링(Reskilling)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에 따른 스킬 개발 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이는 기술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기존 직무 관련 스킬을 향상하거나 새로운 직무에 필요한 스킬을 확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활동이다.
3-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 : 직원 경험과 DEI&B
직원경험(EX)과 DEI&B¹⁾에 대한 논의는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업은 이 두 주제를 HR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설정해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경험은 계속 진화해 보다 개인화된 직원경험이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직원의 개별적인 요구 수준에 맞춘 혜택과 경험 제공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기업은 이제 직원 가치 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 : EVP) 대신 개인 가치 제안(Individual Value Proposition : IVP)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DEI&B는 현재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의 대표적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는데 더욱 정교하게 진화할 것이다. 과거 다양성은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소수 집단(Minority)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시작했으나 글로벌화와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등의 영향으로 HR 전략 차원으로 개념이 확장됐다. 이후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를 맞아 구조조정, 대퇴사의 시기를 경험한 기업들은 구성원의 소속감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DEI&B와 함께 지속해온 조직 내 여성 인력의 평등 추구 또한 더 활발해질 것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임금 격차 해소와 리더십 기회 확대가 주요 이슈로 지속해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4-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 : 직원 웰빙과 유연한 근무 환경
직원의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하이브리드 근무 같은 유연근무제가 표준으로 정착할 것이다. 먼저 직원 웰빙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음 챙김, 심리 상담 등 정신 건강 지원과 스트레스 관리, 워라밸 프로그램이 더욱 정교하게 설계되고 개인별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방식으로 제공될 전망이다.
한편 근무 환경이 점점 유연해지면서 하이브리드와 원격근무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발전시키는 한편 원격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생산성과 협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요한 순간(Moments That Matter)’이라는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Structured Flexible Work Model)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직원들이 유연한 근무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대면 만남을 갈망한다는 ‘하이브리드 역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무실 출근 일수를 정하는 대신 중요한 순간에 대면 작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직원 간 연대감 향상, 팀워크 강화, 혁신 아이디어 공유, 강한 조직문화 구축을 목표로 오프라인에 모이는 시간을 전략적으로 설계했다. 직원에게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선택권을 부여하면서도 특정 중요 순간에 대면 근무를 권장하는 것이다. 이를 ‘전략적 오프라인 활동’이라고 하며 팀별 워크숍, 팀 주간 활동(team weeks) 등 직원이 직접 만나는 시간을 설계했다.
이 시간 동안 직원들은 사업 및 프로젝트 목표를 재확인하고 과제 관련 아이디어를 교환할 뿐만 아니라 친목 도모를 위한 네트워킹 등을 수행한다. 이러한 대면 활동은 직원 의견(설문), 활동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필요 시기와 소요 시간 등을 분석해 최적화한다.
엔데믹 이후 도입된 이 제도에 대한 직원 설문 결과 92%는 회사가 유연성을 중시하며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93%는 위치와 관계없이 팀으로 일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팀원과의 유대감 재구축을 위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효과성 측정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한 달에 6일 이상 사무실에서 팀원과 시간을 보낸 직원의 직원만족도(Engagement Score)가 더 높았던 것이다.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대면 미팅으로 시작한 경우 비대면으로 시작한 경우보다 아이디어 수가 14% 많았고 창의성도 18%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입사 후 90일 내에 관리자를 대면으로 만난 신입 직원은 피드백 요청 빈도가 더 높았고 동료와도 더 강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5-리더십(Leadership) : 리더와 중간관리자의 역량 강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리더와 중간관리자(Manager)의 책임과 역할이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역량뿐 아니라 조직 관리와 변화 리딩을 위한 리더십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2024년 글로벌 기업 HR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5%는 중간관리자가 과도한 책임에 억눌려 있다고 생각했으며 70%는 현재 리더십 프로그램이 미래 관리자를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73%는 직원들이 변화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74%는 관리자가 변화 리딩 역량이 부족해 변화 노력이 더욱 복잡해진다는 데 동의했다.
이처럼 직원과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관리자의 역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한국의 HR 트렌드
한국의 HR 트렌드는 앞서 살펴본 글로벌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동일한 5가지 트렌드를 가지고 갈 것이지만 한국만의 특색으로 인한 차별화 영역도 존재한다.
우선 스킬 기반 HR의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다. 한국 기업은 아직도 직무 기반 HR이 정착돼 있지 않다. 여전히 사람 기반 HR이 중심이다. 직무 기반 HR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에서 직무별 가치가 매겨져 시장 가격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운영돼야 하는데 아직 한국은 그런 여건이 정착되지 않았다.
스킬 기반 HR은 직무 기반 HR을 세분화한 개념이다. 이는 직무(Job)를 구성하는 과업(Task)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스킬을 구분하고 재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직무 기반 HR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스킬 기반 HR의 도입과 확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킬 기반 HR이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킬 기반 HR은 2~3년 전부터 이야기된 이슈이나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는 앞서 밝힌 배경에 기인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문화 적합성(Cultural Fit) 중심의 채용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직무 적합성뿐 아니라 지원자가 입사를 희망하는 조직의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가를 입사 결정의 기준으로 고려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저성장이라는 경영 환경과 개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저성장기에는 새로 선발한 인력을 유지(Retention)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황기에는 퇴사자 발생 시 신입 인력을 뽑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불황기에는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뽑은 사람을 잘 보유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선발한 인력이 조직과 맞지 않으면 퇴사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일에 대한 성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기업은 일단 우수 인재를 선발한 후에 사회화를 통해 조직문화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대신 초기 선발 때부터 자신의 조직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려 한다.
이러한 경향이 데이터 기반 채용과 맞물려 개인사 평가(Biodata Test)의 확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사 평가란 과거 경험, 흥미, 일상 습관, 태도 등 지원자의 개인사와 기업의 인재상,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등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인간 중심의 HR을 견지해야
2025년에 기업은 AI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HR 운영의 중심 축으로 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AI는 HR뿐 아니라 인간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다. AI 등장 초기의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은 ‘인간과 기계의 협력’에서 ‘인간과 기계의 조화’로 수정,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우선 문화’ 정착을 기반으로 인간 중심의 생산성 증가, 신뢰와 공정성 향상 등 인간과 AI의 공존을 위한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
모두 바른 방향이다. 단 그 중심에는 AI가 아닌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유지하는 전제에서 말이다.
결국 지금 시대의 HR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저성장 시대의 HR과 AI 시대의 HR이다. 이 두 가지뿐 아니라 어떤 다른 환경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인간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껴도 인간 중심의 HR 철학은 유지돼야 한다.